많은 창업자의 목표는 성공, 그것도 복권당첨만큼이나 큰 성공을 희망하며 창업전선에 뛰어든다. 창업자들은 빚을 지고 자금을 끌어 쓸 만큼 필사적이다.

반면 오랜 세월 직장생활에 젖어있던 창업자들이 흔히 말하는 식당 하나 제대로 경영할 리 만무하고, 결국 프랜차이즈 창업에 매달리게 된다.

프랜차이즈로서는 무턱대고 의지하는 창업자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아무런 사업 경험도 없으면서 본사의 지침을 무시하고 게다가 고집만 부리는 창업자는 브랜드 이미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가 성공의 절반을 담보한다면, 나머지 절반이 가맹점주 몫이란 뜻이다.

따라서 절반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맹점주가 경영에 자질이 없다면, 프랜차이즈라도 성공할 수 없다.

위탁경영은 이렇게 경영에 자질이 없는 창업주를 대신해 전문 경영인이 가맹점의 경영권을 인수해 성과를 내는 시스템이다.

가맹점 경영난, 조기진단

병원ㆍ호텔ㆍ급식업체 등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위탁경영은 경영 노하우를 가진 제3자에게 회사 경영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소유회사와 경영회사가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소유회사는 자산관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반면 프랜차이즈의 위탁경영은 성격이 좀 다르다.

보통 본사가 가맹점의 경영과 매출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운영을 한층 강화한 형태가 프랜차이즈의 위탁경영.

가맹점이 있는 상권에 예상치 못한 경쟁업체가 생기거나, 가맹점주의 개인사정, 슈퍼바이저 관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영난에 빠진 경우 본사에서는 위탁경영을 권하게 된다.

이때 본사의 슈퍼바이저는 가맹점에 상주하며 본격적으로 고객과 매장을 관리하게 되고, 가맹점주는 슈퍼바이저의 월 인건비와 매출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본사에 지급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위탁경영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 경영인이 매장관리에 전담한다는 것이다.

보통 동종 업계에서 수년 이상 슈퍼바이저로 활동한 본사 직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관리, 시장의 상황, 경쟁업체의 시장잠식에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 본사 경영진과 연계해 정확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도 수월하다.

따라서 일시적인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 진단하고 처리하는 데 위탁경영만큼 좋은 것도 없다.

프랜차이즈 위탁경영의 또 다른 특징은 가맹점주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고, 매장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슈퍼바이저가 상주하는 기간 가맹점주는 제대로 된 경영교육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본사 경영노하우 직접전파. 하지만 본사 입장에서 위탁경영은 장점보다는 희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위탁경영을 시행하려면 가맹점이 처한 경영난을 단번에 해결할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꾸준히 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이들이 가맹점 관리 외에 별도의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우므로 인력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만약 위탁경영으로도 경영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책임은 고스란히 본사의 몫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위탁경영에 대한 수수료를 턱없이 많이 받을 수도 없다. 손해를 본다고 여기는 가맹점주가 위탁경영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본사로서도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파워 지키기에 효과적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시스템 자체의 발전은 거의 평준화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가맹점의 성패를 결정하는 상당부분은 본사의 경영 노하우를 가맹점주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본사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가맹점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본사의 경영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성공하는 가맹점주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본사가 가맹점을 속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비협조적이다. 또 장기적인 안목보다 눈앞의 이익에 팔려 서비스에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창업시장에 난립하고 있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중 5년을 넘기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본사의 경영전략을 가맹점에 전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가맹점주 중 초심을 이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탁경영은 경영자질을 보증할 수 없는 가맹점주를 대신해 오픈 초기 안정적인 기반을 닦는데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중에는 처음부터 위탁경영을 창업조건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다인스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주점 브랜드 준코(www.junco21.net)에서는 이색적인 창업전략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 여럿이 공동투자형식으로 매장을 세우면, 본사에서는 직원을 파견해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윤을 배분하는 위탁경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프랜차이즈의 위탁경영에서 한 발 나아가 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한 셈.

준코 신규사업팀의 최석우 팀장은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창업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지키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위탁경영은 본사의 경영노하우를 가맹점에 직접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준코가 한 브랜드로 10년을 이어올 수 있는 것은 설립 초기의 창업정신을 가맹점에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