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한 잔에 5000원에 육박하며 ‘작은 사치’의 상징이었던 테이크아웃 커피가 장기 불황을 맞아 ‘저가 콘셉트’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고가형 커피시장이 과열 경쟁으로 인해 침체되는 반면 1000원~2000원대의 저가 커피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저가형 커피가 각광받는 대표적 장소는 편의점이다. CU와 GS25 등은 1000원대의 커피 음료 라인을 선보이며 여름 대목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GS25는 올봄 일찌감치 2015년 POP&CAFE 아이스음료 라인으로 아메리카노, 헤이즐넛, 에이드 상품을 1000원~1500원대로 선보였다.

GS25에 따르면 편의점의 저가형 아이스음료는 2010년 2000만잔에서 2011년 4000만잔, 2012년 5000만잔에서 지난해에는 5400만잔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올랐다.

CU도 여름 대목을 맞아 자체 아이스드링크 브랜드인 ‘델라페’의 용량을 두 배(380ml)로 늘린 ‘빅 델라페’를 출시했다. 많은 용량 대비 1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이나 대학가 매점 등에서 주로 판매하는 저가형 커피 브랜드인 쟈뎅도 여름을 앞두고 아이스커피 ‘프리미엄 아메리카노’ 제품을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100만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도 저가커피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카페베네는 최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저가형 커피전문점 ‘바리스텔라’를 오픈했다.

바리스텔라에서 가장 저렴한 ‘하루커피’의 가격은 2500원. 기존 카페베네에서 아메리카노를 4100원에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바리스텔라는 로스팅 과정에서 저렴한 원두를 사용하는 등 원가를 낮춰 가격대를 낮게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할리스커피도 저가 커피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주 실속형 커피전문점 ‘디초콜릿커피앤드’를 론칭하고 ‘합리적 가격’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앞서 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해 10월 디초콜릿커피를 인수한 후 커피와 수제 초콜릿 전문점 출시를 계획해 왔다. 이번에 론칭한 디초콜릿커피앤드는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으로 15평대의 소규모 매장과 조립식 주방 도입 등으로 가격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디초콜릿커피앤드의 음료 가격 또한 기본(레귤러) 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 2900원, 카페라떼 3500원 등으로 할리스커피의 아메리카노 4100원에 비하면 1000원 이상 저렴한 편이다.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기존 고가 커피브랜드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할리스에프앤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페베네도 매출액을 14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8% 줄고 영업이익도 21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문제는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까지 저가커피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가맹점 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바리스텔라 론칭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카페베네 가맹점주들은 기존 신규 개점 거리제한을 피하기 위한 ‘꼼수’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카페베네 측은 바리스텔라 오픈이 ‘테스트’ 차원으로 정식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카페베네의 실적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이에 대해 카페베네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가맹점 계획이 없기 때문에 기존 카페베네 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