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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눈꽃마을' 전경. © News1/정혜민 기자 |
"캐주얼 사진 업계는 제패해 보려고 합니다"
온화한 얼굴과 말투와는 사뭇 다른 포부였다. 지난 8일 인천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에서 자신만의 첫 스튜디오 '흑백사진관우리'를 차린 최성기씨(30)를 만났다. 그는 5년 동안 다닌 게임회사를 그만두고 카메라를 들었다. 그는 "사업성보다는 좋아하는 일이라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직장 다닐 때보다 순이익이 좋다"는 그의 말에서는 만족감이 듬뿍 배어 나왔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신포국제시장. 이곳은 유동인구가 적어 취객 등의 문제로 민원이 잦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눈꽃마을'이라는 청년몰이 들어선 이후에는 180도 달라졌다. 곳곳에는 음식을 파는 아기자기한 트레일러와 이쁜 공방이 들어섰다.
일부 가게들은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스타'가 됐다. 텐동을 파는 푸드 트레일러 앞에는 폭염 속에도 개점 전부터 긴 줄이 생겼다. 이내 몇몇 가게는 '오전 주문 마감'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돼 문을 닫습니다' 등의 안내판을 내걸었다.
이곳은 청년들이 창업한 점포 17개가 모여있다. 이제 한 달을 갓 넘겼지만 이미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TV에 나와 유명해진 덕도 있지만 '청년 사장'들이 모두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이룬 성과였다. 청년몰이 '핫 플레이스'가 된 덕분에 유동인구가 늘어 위험하고 오래돼 보였던 낡은 상권에는 활기가 돌았다. 시장의 오래된 식당도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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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국제시장 청년몰 '눈꽃마을'의 한 점포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겼다. © News1(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
◇'청년몰', 죽어가는 전통시장 상권에 '활력'을
유통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그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전체 점포 중 약 10%가 빈점포다. 손님이 끊긴 상권에서 상인이 하나 둘 떠나고 그렇게 되면 또 손님이 방문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동시에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은 점점 높아지면서 혁신에는 한계가 생겼다.
청년상인을 육성해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정부에서는 '청년몰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해당 사업이 시작된 2015년에는 개별 창업을 지원했으나 상권이 이미 침체한 상황에 상대적으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청년이 창업하다 보니 창업실패율도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별 창업보다는 청년몰이라는 집적단지를 육성해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상권도 쇼핑, 놀이, 체험이 가능한 '복합몰'로 만들어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청년몰은 전국 총 26개 시장에 만들어졌다. 청년몰 사업에는 2016~2017년 2년에 걸쳐 예산 270억원이 투입됐다. 2016년에는 274개 점포가 문을 열었고 그중 205개 점포(74.8%)가 영업 중이다. 지난해 지원받은 248개 점포도 개점을 준비 중이다. 총 522명의 청년 사장이 태어난 셈이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이라면 누구나 청년몰 창업에 도전해볼 수 있다. 청년몰을 통해 창업하면 정부로부터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계획 수립부터 회계나 법무 같은 창업에 꼭 필요한 교육도 받을 수 있고 청년몰 차원의 공동 홍보·마케팅도 이뤄진다. 청년몰에 속한 또래 청년사장들과의 시너지는 덤이다.
이혁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 기획팀장은 "상권에 유동인구가 늘고 안 다니시던 길을 사람들이 다니고 하는 걸 보아 사업적으로는 저희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년몰에 속한 일부 점포의 음식을 먹으려고) 부산, 여수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의 청년상인이 유명해져서 청년몰이 홍보가 되고 있다"며 "한 친구는 흑백사진 잘 찍는다고 소문이 났고, 한 친구는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명해졌고, 한 친구는 (인천에 흔하지 않은) 수제맥주 가게를 차려 청년몰을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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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강화중앙시장의 MK스시. © News1/정혜민 기자 |
◇청년몰에서 함께 커가는 '청년의 꿈'
청년몰에 들어온 청년사장들의 꿈은 결국에는 '청년몰을 나가는 것'이다. 나만의 커다란 활어 초밥집, 파티룸을 갖춘 이쁜 수제 케이크 가게, 해변에 위치한 정원 콘셉트의 플라워 카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차리겠다는 꿈은 청년몰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에서 수제맥주 가게 '어반그레인'을 운영 중인 현창희씨(29)는 "신포시장 인근에 할머니가 30년 동안 운영하던 한의원이 있는데 나중에는 그곳에서 한약, 오리엔탈 허브를 콘셉트로 한 맥주를 만들고 싶다"며 "인천의 칭따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업이 쉽지 않다"며 "청년몰에서 임대료를 지원받고(1년간은 무료, 이후부터는 50~30% 감면) 혼자 임대료·인건비 없이 운영하니까 벌이가 괜찮은데 만약에 임대료도 내고 사람도 쓰게 된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박스테이크 가게 '정앤벅'을 운영하는 이곳에서 가장 어린 청년사장 이정호씨(23)는 "처음에는 최종적으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식당을 창업해보니 요리보다는 사업이 내게 잘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경험을 전했다.
인천 강화군의 강화중앙시장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치열하게 사업을 꾸려가고 있었다. 강화중앙시장의 청년몰(개벽 2333)은 임대료가 보증금 없이 1년에 130만원이고 5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져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화중앙시장 청년몰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MK스시'의 김영란씨(32)는 이곳의 대표 성공 사례다. 남편의 초밥 실력이 아까워 청년몰에서 창업했는데 현재는 광화군 내에 초밥 가게를 두 곳을 추가 출점했다. 그는 "(청년몰의) 임대료도 저렴하고 이만큼 큰 홀을 혼자서는 운영하기에 벅차지만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권혜랑씨(32)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청년몰에서 동생과 함께 수제 케이크 가게 '당분소녀'를 운영 중이다. 그는 "사업을 처음 시작하다 보니 정보가 너무 부족했는데 청년몰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처리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전했다.
지역 특산물인 쑥과 인삼, 고구마로 타르트를 만드는 '강화까까'의 이경화씨(32)는 유명 백화점에서 같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자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지난 2월 신세계백화점 매장 두 곳에서 2주 동안 매출 1200만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쉽게 창업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오픈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1년 이상 구상하고 공부한 뒤 창업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