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세계백화점은 말 그대로 대구지역 유통상권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역대 백화점 오픈 매출액, 지방 백화점 오픈 첫해 매출액을 모두 경신하였고 오픈 1년 만에 현대백화점 대구점을 제치고 대구, 경북지역 백화점 매출 1위를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 백화점으로서는 최초로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안착하는 어마어마한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교통의 요지이자 영남지역 철도교통의 허브였던 동대구역 일대가 교통과 기본적인 상업 기능만 수행했던 과거와는 달리 대구 신세계가 들어선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의 건립으로 쇼핑, 여가, 문화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 상권으로 성장하면서 일대에 대백아울렛을 비롯하여 호텔, 오피스텔 등 여러 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며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는 등 동대구 일대가 신도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오픈 당시에는 대구 지역에서 첫 선을 보이는 여러 브랜드들을 들여왔으나 사실상 이전의 언급과 달리 루이비통 이상급의 브랜드 유치에는 실패하여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후 까르띠에를 유치하고 최근에는 프라다 입점까지 성사시키면서 명품 브랜드 라인업을 점점 높여가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에는 에르메스와 샤넬을 모두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에는 노선을 조금 바꾸어서 우선 샤넬을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데요, 대구 신세계에서는 샤넬 측과 구체적인 매장 위치와 규모 등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시아권 매장망을 축소하면서 백화점은커녕 면세점 매장에도 인색한 샤넬이 대구에 두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현대백화점과의 대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두 백화점 간의 명품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다만 대구지역의 유통산업의 파이를 키운 것에 관해서는 다소 시각이 엇갈리는데요, 1조 9천억 원 규모의 대구 백화점 시장을 1년여 만에 2조 1천억 규모를 키우고 백화점 고객들 중 56.3% 원정 쇼핑객이라는 점에서 대구지역 상권의 규모를 외형적인 규모를 키웠습니다만 자세한 사정을 보면 내용이 달라집니다. 우선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외부지역 이용객 56.3% 중 20%는 경북지역 방문객인데요, 경북 지역에는 메이저급 백화점이 롯데백화점 포항점 이외에는 전무하여 대구 신세계 오픈 이전부터 원정 쇼핑객들이 대구지역 백화점을 이용하는 등 이미 이전부터 광역적으로는 동일 상권으로 묶여 왔다는 점에서 외부 이용객이라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또 비단 대구 신세계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강남점 등 초대형 백화점의 이용객의 절반 정도가 외부 쇼핑객이라는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고요.

물론 대구 신세계가 동대구역이라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으면서 좀 더 광역상권의 파이를 키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 신세계 매출 중 상당 부분은 대구 백화점 시장 내의 이동에서 기인한 것이 더 큽니다. 일례로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오픈하면서 대구지역의 백화점 경상금액은 1조 3134억 원(2010)에서 1조 8500억 원(2012년. 현대 대구는 2011년 4월에 오픈하여 정확하게 전 매출이 반영된 시각은 2012년이 맞습니다.) 5천억 원 넘게 증가한 것과 달리 대구 신세계에서는 2016년 1조 9230억 원에서 2017년 2조 1550억 원(대구 신세계는 2016년 12월 15일에 오픈하여 사실상 2016년 기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으로 2000억 원가량 증가한 것에 그쳤습니다.

대구 신세계가 현대 대구점, 롯데 대구점을 합친 것과 맞먹는 매장 규모인 것에 반해서는 다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치인데요(다만 대구 신세계의 경우 다양한 시설들이 결합된 복합쇼핑몰 형태로 백화점 자체도 크지만 메가박스, 아쿠아리움, 일레트로마트, 반디앤루니스 등 임대갑 형태로 백화점 매출에 합산되지 않는 매장 및 시설들이 상당합니다), 실제로 대구 신세계 진출 이후 현대 대구점은 -7.6, 롯데 대구점은 -7.2, 롯데 상인점이 -7.0으로 대부분 높은 역신장을 기록하였고 향토 백화점으로 건재함을 자랑하던 대백프라자는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페라가모 등 대부분 명품 브랜드들이 철수하여 매출이 급감,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고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브랜드들이 철수하는 등 대구 지역 백화점 시장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백화점 부산점이나 AK플라자 분당점의 전례를 보면 대형 백화점의 진출로 기존 업체의 몰락 내지는 침체는 어느 정도 숙명이기도 하죠.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진출로 가장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백화점 대구점. 이미 부산에서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신세계 센텀시티의 등장으로 부산 최고의 명품 백화점에서 부산 백화점 매출 꼴찌로 내려앉아 버리며 그야말로 영혼까지 신세계에게 탈탈 털린(...) 경험을 한 터이고 또 상황이 여러모로 부산에서의 데자뷔를 느끼게 한 만큼 식품관, 해외 패션 브랜드와 남성관을 리뉴얼, 보강하고 초반부터 대구 신세계 오픈 매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등 견제에 들어갔습니다. 아직까지는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까르띠에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이탈도 없고 불가리 입점과 1층 전층 명품관은 무산되었지만 랑방, MSGM 등 여러 해외패션 브랜드들을 대거 강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단 몰락하는 범일동 상권의 끝물에 입점한 부산점과는 달리 이번에는 입지 선정을 제대로 해서 대구의 중심인 반월당에 제대로 들어온 만큼 잘 버티지 않을까 싶은데요, 매출의 경우 6171억 원을 기록하며 -7.6%로 꽤 높은 역신장을 보이긴 하였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하였다면 선방하였습니다. 그런데 대구에 1개 매장을 유지했던 까르띠에가 대구 신세계에 매장을 오픈하고 현대 대구에 입점하지 않았던 프라다도 입점하였는데요, 여기에 대구 신세계백화점이 샤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두 백화점 간의 대구 상권과 명품 브랜드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안 그래도 현대백화점 대구점 진출 이후 매출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 신세계에 대응해야 하는(...) 여러모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는데요, 상황 타파를 위해 상층부에 입점한 롯데시네마를 폐점하고 매장을 대규모 증축, 리뉴얼하는 다소 위험한 수를 두었습니다. 한정된 건물(민자역사) 내에서 매장 면적을 늘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백화점이 단순 쇼핑하는 곳을 넘어 여가, 문화 기능을 겸하는 유통 트렌드에 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12년간 매장을 유지해온 샤넬이 철수하면서 롯데 대구의 위기감은 고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지하 1층에 추가로 해외패션 브랜드 매장을 조성한 것에 이어 계절밥상, 폴바셋, 무인양품 등 대구에 처음 입점하는 브랜드들을 유치하고 외관도 미디어 파사드를 도입하여 볼거리를 늘리는 등 여러모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여기에 샤넬이 퇴점한 자리에 리치몬드 그룹에서 운영하는 럭셔리 워치 편집숍인 타임밸리를 아시아에서는 도쿄와 난징에 이어 3번째로 입점시키는 등 차별화를 통하여 대구 신세계의 영향이 없었던 2016년 연매출이 -7.1%의 역신장을 기록하였으나 대구 신세계의 영향에도 2017년 1월~8월 누적 매출에는 -5.8%로 다소 완화된 역신장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로는 역부족이었는지 2017년 연매출에서는 다시 -7.2%의 역신장을 기록하며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는데요, 여기에는 1층 명품관의 핵심 브랜드였던 루이비통마저 철수하여 여러모로 다시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매출도 한때 4500억 원에 달했던 것이 3586억 원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이에 롯데는 대안으로 대구 수성의료지구 유통 상업 용도 부지에 연면적 37만 1천980㎡에 지상 9층 규모로 대구 신세계 이상의 경북지역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롯데몰 대구(수성의료지구 롯데복합쇼핑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엔터테이먼트 시설들이 들어선 교외형 복합 쇼핑몰로서 롯데아울렛과 롯데시네마를 비롯하여 여러 스포츠, 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운동과 오락을 겸하는 실내야구장을 비롯하여 여러 스포테이먼트 시설, 키즈파크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위기입니다. 대구 지역의 백화점 매출은 크게 늘었다지만 정작 지역의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IMF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두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구백화점의 대표 지점인 대백프라자는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대구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하여 31%가량 감소하였다고 하는데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0억, 15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2016년도의 84억 원, 70억 원의 적자에 비해서 거의 2배가량으로 불어난 것인데요, 사실 현대백화점 대구점 오픈 이후부터 적자가 점점 지속되었는데 유력 점포였던 대백프라자의 명품 브랜드 이탈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데다가 구원투수인 대백아울렛도 미미한 성과를 거두면서 되려 적자폭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구 신세계와 같은 초대형 유통공룡의 진격 아래 영세한 지역 향토백화점이 동등하게 맞대응하는 것은 무리지만, 안일하고 주먹구구식의 대처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대백프라자의 경우 롯데, 현대에 신세계까지 진출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명품관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은 당연한데 브랜드 이탈에 대한 대비책이나 플랜은 전혀 없이 빈 매장을 기존 브랜드로 때우거나 편집샵으로 메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심지어 대구 신세계 오픈 이전까지 임시로 입점한 에르메네질도 제냐 같은 브랜드들을 대책 없이 받아주도 하였습니다. 대백프라자가 신세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간의 갈등을 활용하여 한섬의 브랜드들을 테스트 매장이라도 유치하거나 또는 협력관계를 맺는 등 치열해지는 대구 백화점 시장에서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쳤어야 했는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은 향토기업으로서 당당한 모습은 없고 다소 소극적이고 낙관적으로 대처하여 아쉬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활을 걸었던 대백아울렛은 우선 위치가 다소 애매하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갈등을 통해 어부지리로 얻은 한섬 브랜드들과 삼성물산 브랜드를 제외하면 별다른 테넌트 브랜드가 없는 2% 아쉬운 구성으로 오픈 때 반짝 흥행에 그치고 되레 부채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백화점 본점(대구 지역 만남의 장소 유명한 대백 앞)의 경우 지하 1층을 대형서점인 영풍문고로 변경, 리뉴얼 하였는데요 요즘 대형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에서 대형 서점 입점을 추진하는 경우는 많지만 문제는 위치가 지하 1층이라는 점입니다. 안 그래도 대구백화점 본점은 상권 유동인구는 많은데 반해 백화점 방문,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단점이었는데 대형서점 영풍문고는 이를 유인할 수 있는 귀중한 테넌트인데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지하 1층으로 위치를 선정하는 바람에 사실상 대백과 영풍문고가 별개의 시설이나 다름없게 되었습니다. 백화점 와서 다른 곳 구경은 안 하고 영풍문고만 들렸다 나오는 동선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죠. 또 최근 맛집 열풍이 불면서 백화점 식품관, 식당가들이 F&B 컨텐츠를 강화하고 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대백 본점에 식당가를 없애고 영풍문고를 입점시킨 것은 되려 악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