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유사가맹점이나 대리점이 가맹점 영업구역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가맹본부 직영점에 적용되는 영업지역 침해 금지 규정을 내년부터 유사가맹점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 CEO포럼`에서 `새 정부 가맹거래정책 1년: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맹점주 영업구역을 보장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적 요소"라면서 "직영점 외에도 유사가맹점이나 대리점 형태 점포가 있어 기존 가맹점이 영업구역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유사가맹점의 대표적 피해 사례가 골프존이다. 골프존은 지난해 단말기를 판매하던 영업 방식에 가맹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점포 수가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단말기 매출이 줄어들자 기존 점포를 상대로 가맹점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에 가맹점으로 전환한 점포와 가맹점이 아닌 점포(유사가맹점)가 과포화하면서 서로 영업구역을 침해할 수밖에 없게 됐고, 골프존이 유사가맹점에 신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하자 비(非)가맹점주들이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다. 정비 대리점을 상대로 차액가맹금과 유사한 형태의 마진을 수취해 비판받은 한국GM도 유사가맹점의 부정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기아자동차 오토큐,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등 대리점과 가맹점이 병존하는 업체가 법 개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업지역 침해 금지 조항에 유사가맹점을 포함하면 가맹점은 물론 유사가맹점·대리점 상권을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가맹사업법(12조의4)은 가맹점 영업구역을 보호하기 위해 가맹본부나 계열사가 해당 지역에 가맹점·직영점을 추가 출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조항에 유사가맹점과 대리점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는 정보 중 하나로 가맹점·직영점 외에 유사가맹점과 대리점 현황을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골프존 측은 "골프존은 일반 스크린골프방 점주와 판매 계약을 맺었을 뿐 어떠한 가맹 계약도 맺지 않았으며 유사가맹점 형태로 운영하지 않았다"면서 "무분별하게 점포를 늘려 피해를 입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가맹사업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에 따른 제도 개선책으로 가맹본부가 점주와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업구역을 변경할 수 없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해당 규정은 오는 17일부터 시행되며 이를 어기면 공정위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날 행사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장승준 MBN 대표,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 CEO포럼 회장인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이승창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 매경이 선정한 100대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허심탄회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김 위원장은 프랜차이즈업계에 가맹점과 리스크는 물론 이익을 공유하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처럼 수익도 공유해야 하는 것이 상생이고, 그것을 끌어낼 수 있는 신뢰(트러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승준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공정위와 프랜차이즈업계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며 "프랜차이즈업계가 건전한 상생 관계를 확립해 산업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