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상권은 인구 250만의 광역시 대구를 대표한다. 대구를 대표하는 동성로 상권 형성에 가장 큰 축을 담당한 것은 무엇일까. 동성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바로 대구백화점이다.
대구백화점 본점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동성로 상권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 80년대를 거치면서 대구 북성로, 교동, 종로골목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심 상권이 전성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1969년 대백이 현재 동성로 자리로 옮겨오면서 본격적인 동성로 상권 시대가 열렸다. 대백 본점의 등장으로 동성로는 대구상권 중심지로 떠올랐고 유동인구 역시 급속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공인된 대구백화점은 대구의 대표적인 유통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지금도 동성로 한 중앙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는 대백은 지역 상권의 중심지이자 동성로의 랜드마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대백에서 상권 변화가 시작되다

백화점 경영, 각종 물품제조ㆍ가공, 도ㆍ소매업, 부동산 임대업, 도시재개발사업, 신용카드업, 서비스업, 무역업, 주차장사업 등을 시행할 목적으로 대구백화점은 1969년 12월26일 낮 12시 문을 열었다. 지역 최초로 출현하게 된 백화점이자 최대 규모의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는 타이틀로 수많은 관심 속에 개점했다.
지역 중심상권이 당시만 하더라도 향촌동 일대에 형성돼 있었고 동성로는 미개발 지역이었다. 대백의 설립은 그러한 지역상권형성의 양상을 바꿔 놓았다. 당시 대구백화점은 개점 기념선물로 500원 매상마다 플라스틱 용기를 선물로 줬으며 TV를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고객들에게 선물을 증정한다는 것은 대구지역 상점가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획기적인 일로 손꼽히고 있다.
첫 개점 당일 매상은 48만원에 그쳤었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주로 전통시장을 통해 구매를 해오던 습관이 남아있던 탓이었다. 대백이 개점할 당시 소비자들은 백화점이 다소 생소한 만큼 단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백화점을 바라볼 뿐이었다. 개점 당일 대구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전통시장에서만 물건을 사오던 습관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지역 최초로 설립된 백화점에 대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유통업은 입지산업이라고도 할 만큼 장소의 좋고 나쁨에 따라 그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데 대백이 처음 현재 자리에 들어설 때만 해도 대구 시민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동성로 일대는 상가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드문드문 초가집이 보일 정도로 개발이 안 돼 있는 곳에 들어선 대구백화점의 입지선정이 그 당시 시민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심상권은 북성로와 향촌동, 교동 일대가 이미 꽉 틀어쥐고 있었던 만큼 대구백화점이 동성로 중심에 들어선 것은 상당한 모험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백화점이 개점한 지 1년여 정도가 지나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북성로ㆍ향촌동 일대의 지역 중심상권이 점차적인 남진을 하면서 동성로가 새로운 상권형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주변에 또다른 백화점과 아케이드 형식의 상점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외제품과 할인품을 주로 판매했던 ‘한일아케이드’에 잇달아 한도백화점, 신한백화점, 신세기 백화점, 신사백화점이 모습을 나타냈다. 한일 아케이드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자 다수의 아케이드가 연이어 문을 열기도 했다. 1970년에 들어 신한백화점이 신한아케이드로 확장 개점되고 시민아케이드와 중앙아케이드도 오픈 됐다. 동성로에 대백이 들어선 지 불과 1년 만에 주변에서 9개의 아케이드와 백화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백 설립 후 본격적인 호경기를 보이자 상승무드를 타고 백화점이 잇따라 생겨났으며 소비 구조도 고급화로 변화됐다. 이준혁 홍보팀 대리는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동성로 상권의 중심에 대구백화점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며 “앞으로도 그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해 나가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찰제와 바겐세일 시작

정찰제는 대백이 지역에 들어서면서 상권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중 하나다. 백화점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정찰제는 대백이 한강 이남 유통업체로서는 최초로 선보였다. 전통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하기도 하고 에누리하던 대구지역 소비자들에게 정찰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대구백화점은 정찰제를 시작하면서 포장지로 물건을 싸지 않는 대신 물건값을 깎아달라는 소비자들이 몰리기도 했었다.
대백이 설립되면서부터 시작한 동성로의 상권이동 현상이 1972년 무렵에 가속화 되기 시작했다. 북성로와 향촌동 일대의 지역 중심 상권은 대백이 위치한 동성로로 급 남진을 시작했고 대백을 중심으로 백화점, 아케이드 형식의 소규모 업체들이 속출했다. 대백의 정찰제 및 염가의 판매전략과 소비자를 왕으로 모신다는 고객서비스 정신은 조금씩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자 조금씩 동성로는 중심상권으로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고 동성로 일대에 백화점 성황은 또 다른 상업거리로 조성되는 데 큰 몫을 했다.
1971년 7월에는 대백이 새로운 판매기법으로 바겐세일을 실시했다. 바겐세일을 함으로 백화점 측에는 철 지난 재고상품을 조기에 처분할 수 있었고 고객들은 상품의 질에 이상 없는 제품을 비교적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당시 지역 상가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첫 바겐세일에 2천500원짜리 숙녀원피스를 1천200원에 2천원짜리 신사용 남방은 1천원에 1천600원짜리 모직 스커트를 800원에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가격할인이 이어졌다. 바겐세일 용어 자체는 물론 실시목적에 대해서도 생소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바겐세일 행사는 1974년 깜짝세일 등으로 확대되는 등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대백은 바겐세일 기간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고자 하기 실습여대생을 모집했었다. 상업에 대해 천시하던 경향이 남아있었던 것에 반해 지원서를 낸 여대생들이 몰려들었다. 실습여대생들은 직원과 같은 시간에 출ㆍ퇴근을 하고 매장에서 상품판매와 기업홍보를 담당했는데 당시 임금은 남자직원 월급(1만5천원)과 같은 수준인 일당 500원을 받았다. 이는 지역 상권의 색다른 변화 중 하나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명환 기자

“차별화된 마케팅
대백만의 방향성
정립해 나갈것”

안정원 대구백화점 본점장

“동성로 상권 변화 추세에 맞춰 ‘고객층에 맞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개’를 올해 영업 전략으로 삼고 나아갈 계획입니다”
최근 동성로는 대형 SPA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저가, 패스트패션, 대형 길거리 매장들이 동성로 상권의 트렌드를 주도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1969년 개점할 당시부터 동성로 상권의 변화에 앞장서왔던 대구백화점이었던 만큼 새해에도 새로운 고객 맞춤형 전략을 실천해나가겠다고 안정원 대백 본점장은 설명했다.
안 본점장은 “동성로 상권의 주도가 새롭게 변화해가면서 기존과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대백만의 방향성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며 “우선 멤버십 고객 확보와 친절한 맞이로 고객들이 방문하고 싶은 매장 만들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의 잦은 방문을 유도, 구매욕구를 자극해 점포의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동성로의 상권은 1970년대 기존 북성로와 향촌동에서부터 중심상권지역이 옮겨오면서 그 변화가 시작됐다. 대구백화점을 중심으로 그 변화의 방향은 항상 다양하게 진행됐다. 그는 올해도 대백이 동성로 상권의 중심축에 서 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식품과 가정용품에서는 최신 트렌드와 시즌 이슈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최근 늘고 있는 1인 가정을 대상으로 한 소포장, 1인 상품 제안, 소량 판매 등의 판매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잡화는 패션갤러리관의 오락요소를 강화해 단순 쇼핑공간에서 벗어난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고자 노력 중이다. 패션의류부분에서는 팝업 매장 도입으로 동성로의 유행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안 본점장은 “본점 개장 후 49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대백은 명실상부 동성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며 “언제까지나 동성로의 안방마님으로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