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대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때 골목상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기업들이 한식뷔페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영세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J푸드빌 ‘계절밥상’, 이랜드 외식사업부 ‘자연별곡’, 신세계푸드 ‘올반’ 등 대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한식뷔페를 내놓고 있다. 메뉴가 한식 위주라 대중적인데다 1만원대로 식사는 물론 후식까지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식·분식이 주 메뉴인 골목식당부터 커피전문점까지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권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규모 한식뷔페로 인해 골목상권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이랜드가 운영하는 자연별곡은 최근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만원대로 식사부터 후식까지 해결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이로 인해 주변 식당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이 법·규율을 어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규율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서는 영세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제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동반위 권고 사항에 따르면 대기업이 신규 매장을 낼 경우 역세권 100미터 이내(역 출구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출점 가능하고 타임스퀘어와 같이 연면적 2만㎡ 이상인 대형 건물에 입점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예외적으로 대기업의 본사나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시설에서는 연면적에 관계없이 출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이랜드그룹이다.

이 기업은 예외 규정에 근거해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등 이랜드가 운영하는 백화점 건물을 중심으로 한식뷔페 자연별곡뿐만 아니라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 출점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이랜드는 지난달 23일 일산 뉴코아아울렛에 자연별곡을 입점 시킨 데 이어 이달 6일에도 강남 NC백화점에 새로운 매장을 개점했다. 지난 13일 경기 수원의 NC터미널점에는 자연별곡을 비롯해 애슐리, 피자몰, 로운 샤브샤브, 수사 등 이랜드 외식브랜드 점포들이 대거 문을 열었다.

이처럼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유한 건물에는 자유롭게 매장을 낼 수 있는 예외 조항에 대해 조우성 변호사(기업분쟁연구소 소장)는 “동반위의 규율을 통해 영세 상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지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회적 여건이나 경제 환경에 따라 규제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와 불황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해당 기업들이 나름의 돌파구로 한식뷔페 시장을 개척한 상황”이라며 “이런 예외 조항을 둬 기업들의 규제를 조금이나마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앞으로 동반위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 변호사는 “매장 수를 많이 늘릴 경우 어느 정도 시기를 두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추가 권고를 통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연별곡은 매장 수를 가장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달 17일을 기준으로 전국 24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7일 서울 노원점을 추가로 오픈한다.

이랜드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자연별곡 20~30개점을 추가로 열어 총 50여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한식뷔페 시장에 진출한 또 다른 대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진 않았지만 앞으로 서서히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푸드빌 측은 “동반위 규율에 따르면 본사나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음식점을 입점시킬 수 있지만 CJ의 경우 이런 시설이 없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야하는 구조”라며 “향후 출점 수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동반위 권고안을 준수하면서도 입지 좋은 곳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반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 측은 “무리하게 매장 수를 늘리지 않을 방침”이라며 “동반위의 권고사항을 지켜야 할뿐만 아니라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식뷔페 붐이 일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사업모델을 제대로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현재 계절밥상은 총 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달 한 개의 매장을 더 개점할 예정이다. 올반은총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로 매장을 열 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아직 이 시장이 초기인 점을 감안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