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과 연희동 사이, ‘연희동 남쪽에 있는 동네’라 해서 연남동이다. 홍대 상권과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연남동 상권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유동인구는 많아지는 데 반해 부동산 가격은 홍대만큼 오르질 않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상권이 포화 상태가 아니라 잘만 찾으면 목 좋은 곳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유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 문의도 자주 들어오고 투자할 만한 건물이 없는지 묻는 손님들이 하루에도 대여섯 명씩 된다. 앞으로 들어설 카페와 공방이 줄을 섰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월 14일 찾은 연남동은 불과 1년 전과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국적인 커피전문점부터 공방, 미용실, 술집에 이르기까지 젊은이들이 많이 오겠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 정도의 젊음의 거리. 홍대 앞에서나 볼 법했던 옷가게나 반지하 집을 개조한 아기자기한 카페가 종종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요즘 20~30대 젊은 층이 범(汎) 홍대 상권 ‘핫플레이스’로 연남동을 첫 번째로 꼽는다는 말이 실감 난다. 경의선 복철 구간에 조성될 공원길에 자리한 점포들 인테리어 공사도 한창이다. 연남동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이 동네 다가구·연립주택 건물을 리모델링해 달라고 찾아온 손님이 1년 전보다 50~60%가량 늘었다”고 귀띔했다.

연남동은 원래 오래된 식당가로 더 잘 알려진 곳이었다. 지하철 2호선·경의선·공항철도 환승역인 홍대입구역과 경의선 가좌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지난 2011년 말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가 개통되면서 수혜를 봤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바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고 공덕역과 상암DMC역 인근 업무지구로부터의 유입인구도 크게 늘었다. 연남동에서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홍대, 신촌 대학가와 가까운 데다 평일에도 저녁마다 공덕, 상암 지역이나 공항에서 방문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연남동 상권은 한 주 내내 사람들로 붐비는 편”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들어오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게스트하우스(숙박업소)도 급증했다. 연남동 작은 골목을 돌다 보면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게스트하우스가 쉽게 눈에 띈다. 저마다 특색 있는 외관이나 벽색으로 단장하고 관광 온 손님들을 유혹한다. 마포구 일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들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화교들이 직접 투자에 나서 운영하는 곳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아예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상가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연남동 상권이 형성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인근 상권 대비 저렴한 임대료 덕분이다. 한때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대·신촌 상권이 홍대·합정(범 홍대) 상권으로 확장됐는데, 홍대 상권마저 임대료가 치솟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게를 찾아 떠난 영세 상인들이 대안으로 정착한 곳 중 하나가 연남동이다.

평당 월세 15만원으로 홍대 반값

상가권리금 3000만~1억원 치솟아

상가주택 매매가는 평당 5000만원

가령 같은 10평대 1층 점포를 임대해 장사한다면 홍대 상권에서는 보증금 최소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은 줘야 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연남동 상권에서는 보증금 2000만원에 130만원 선이면 해결된다. 홍대 상권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시세지만 이것도 예전에 비해 부쩍 오른 가격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곳 점포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70만원 정도면 충분했다. 전에 없던 권리금도 형성됐다. 과거엔 아예 권리금이 없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연남동은 현재 넓은 도로를 끼고 있는 상가 권리금이 3000만~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시세가 올랐다.

연남동 상권은 정부가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앞으로 환경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시가 경의선 철길 주변에 숲길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 공원이 연남동 상권 핵심 격인 양화로 21·23길에 위치한다. 마포구는 이 철길 주변의 전신주와 전선 등을 지하에 매설하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일대 전봇대만 29개가 사라진다. 연남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이 씨도 “경의선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끝나고 올봄 공원이 들어서면 데이트 코스로 연남동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중교통도 편리해 상권 접근성 자체도 좋다는 분석이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도보로 5분 내 도착이 가능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홍대 상권은 기존 20~30대 젊은 층에 중국·일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중·장년층까지 가세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권”이라며 “앞으로 연남동 상권 역시 홍대 상권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했다.

연남동 상권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쉬운 투자 방법은 건물을 사들여 점포를 임대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지상 4층짜리 상가 주택의 경우 14억~1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골목 안쪽에 위치한 지상 6층짜리 상가주택이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가 건물들이 대지 면적 기준으로 3.3㎡당 3000만~5000만원에 거래됐다. 목이 좋은 곳은 호가가 3.3㎡당 5500만원까지도 뛰었는데, 실거래는 5000만원에 됐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월 임대료 시세가 1층 기준 3.3㎡당 12만~15만원 선이고, 지상 4층, 대지지분 99㎡짜리 상가주택을 12억원에 샀다면 연간 5% 이상의 수익률은 거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향후 연남동 상권이 성장한다면 빌딩 거래로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방법도 꽤 그럴듯해 보인다. 토지를 사서 신축하는 것보다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도시민박법에 따라 게스트하우스는 주택만 가능하게 돼 있지만, 상가 건물을 사들여 용도 변경하는 사례도 많다. 단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민박형 게스트하우스는 원칙적으로 내국인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임대수익만 노리고 덜컥 투자에 나서는 건 금물이다. 연남동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은 만큼 건물 매입 외에 리모델링 비용, 관리 비용 등도 투자금액에 포함시켜야 한다.

매입하는 건물의 용도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연남동 일대 다가구·연립주택은 대부분 상권의 발달에 맞춰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반지하나 1층은 커피숍이나 음식점으로 개조하고 나머지 층에 거주하면서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남동 내에서도 서울시가 다세대·연립주택 밀집 지역 ‘휴먼타운’으로 용도를 제한해 둔 구역이 일부 있다. 휴먼타운으로 묶인 지역은 상가나 숙박시설로 개조가 불가능하다.

또 아직 상권이 초기 단계인 만큼 매매, 임대료 시세가 적절한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점포 시세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가격에 거품은 없는지, 홍대 상권과 비교해 임대료 경쟁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