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그동안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한 ‘세종시서남부슈퍼마켓사업협동조합’과 4차례에 걸친 사업조정을 진행했으나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조합 측은 인구가 13만5000명에 불과한 세종시에 대형마트가 잇따라 출점하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면서 세종시와 정부에 인구 규모에 따라 대형마트 개점을 제한하는 ‘총량제’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주변 식당을 상대로 한 식자재 영업자제, 일요일 의무휴업, 배달 가능 물품 구매액 하한선 상향조정 등도 개장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히 이들은 홈플러스에 상당 수준의 금전적 지원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세종시 조성 계획이 발표된 5년 전에 대형마트 입점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개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부지를 매입한 시점은 2010년 12월이다. 지난 7월 대규모 점포영업 개설 등록도 마쳤다.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유통시설 개점을 급조된 슈퍼마켓조합이 가로막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조합이 사업조정을 신청한 때는 지난 9월이다. 조합원은 8명에 불과하고 사업조정 신청은 주변 상인과 함께 모두 12명이 낸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 전통시장연합회도 ‘지역 상권 죽이기’라며 개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전통시장은 홈플러스 세종점과의 거리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지정한 1∼3㎞를 넘어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연합회는 영업 손실을 이유로 거액의 상생기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조정을 주관하는 중소기업청은 일단 슈퍼마켓조합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세종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중기청의 권고는 법적인 강제력이 없지만 홈플러스는 일단 개점을 연기한 채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유통 인프라 부족으로 세종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서둘러 사업조정 권고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개점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대형마트 부재에 따른 세종시민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민 A씨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대형마트 오픈을 주민들은 모두 반기고 있다”며 “주민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인데 몇 안 되는 슈퍼마켓들이 골목상권 운운하며 이를 막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언성을 높였다.

세종시의 첫 대형마트로 관심을 모은 홈플러스 세종점 개장이 연기되면서 다른 대형마트의 출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세종시 중심상업지역인 어진동 1-5생활권에 세종신도시점을, 이마트는 12월 중 세종시 첫 마을 인근인 가람동 S-2생활권에, 하나로마트도 내년 5∼6월께 세종시에 점포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