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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남 상권 럭셔리 전쟁 최후 승자는] 프리미엄 고객 잡기 ‘후끈’… 최대 격전지는 ‘식품관’
글쓴이 고병균




국내 백화점 ‘빅3’를 꼽자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우선이지만 강남권 사정은 다르다. ‘프리미엄’ 콘셉트를 앞세운 갤러리아를 주축으로 신세계·현대백화점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들의 자존심 싸움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유행처럼 번진 프리미엄 식품관, 명품 브랜드 등의 신규 론칭 또는 리뉴얼 등에 열을 올리며 고객 확보 경쟁이 거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프리미엄 식품관’은 백화점의 효도 상품이다. 불황에도 고객들이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으면서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은 ‘SSG푸드마켓’을, 갤러리아백화점명품관(이하 갤러리아)은 ‘고메이494’를 열고 고객맞이에 한창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기존 식품 코너에 치즈 전문 숍 ‘라프로마제리’를 여는 등 상품을 강화했다.

매장 분위기 연출과 식품 코너 진열 방법,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해외 식재료, 국내 직거래 농가에서 올라온 과일·채소·육류 등을 선보이는 것은 3사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사의 차별화된 전략이 눈에 띈다. 더욱이 각 매장의 이동 거리를 살피면 현대에서 갤러리아는 약 1.2km(도보 20분), 갤러리아에서 SSG푸드마켓은 약 700m(도보 7분)로 서로 근거리에 있어 고객층이 분산되고 있다. 실제 청담동·삼성동·논현동·신사동·압구정동이 전체 고객 중 평균 40~50% 이상을 차지해 고객 선점에 불꽃이 튈 수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고급 식품·패션·외식을 하나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7월 청담동에 ‘SSG푸드마켓’을 소개하며 프리미엄 식품관의 포문을 열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백화점 안이 아닌 외부에 매장을 열었다. 고급 주상복합 건물에 입주한 SSG푸드마켓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 영업면적 4960㎡(1500평)로 구성됐다. 먼저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백화점의 한 명품관에 있는 느낌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이 걸린 패션 편집 매장 ‘마이분’이 그 분위기를 더해준다.

호텔 출신 주방장이 운영하는 ‘호무랑’ 등 고급 레스토랑도 있다. 푸드마켓의 특성상 주부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식품 쇼핑 외에도 외식이나 쇼핑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공간이다. 이곳들은 SSG푸드마켓과 함께 청담동 핫 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하 1층 SSG푸드마켓에는 농수산물·정육제품·생활용품 등 갖가지 상품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푸드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하다. 또한 조선호텔 도시락, 간단한 조리 음식과 다양한 밑반찬 등을 판매하는 델리 코너와 약국, 명품 전문 세탁소까지 갖췄다.

‘정용진 마트’로 오픈 전부터 관심을 끌어 모았던 SSG푸드마켓은 백화점에서 벗어난 외부 공간에 독립 매장을 연 것부터 식재료·패션·외식 매장 모두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쇼핑 공간이다. 다른 식품관과 다른 신세계가 강점으로 꼽는 고급화 전략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를 완성하기 위해 2년여 시간을 공들였다. 백화점 식품의 고급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불러 모아 아이디어를 나눴다.


SSG푸드마켓 오픈 이후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홍보할 만큼 자신감과 애착을 보여 화제가 됐다. 오픈 이후 유명 연예인이나 청담동 부자들의 매장 방문이 잦아져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 강남 외 지역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

갤러리아는 기존 식품관을 8년 만에 새 단장하고 지난해 10월 ‘고메이 494’를 열었다. 한화갤러리아의 수장 박세훈 대표이사는 고메이 494를 일컬어 “갤러리아명품관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어떤 전략으로 승부수를 걸고 있을까. 이곳은 해외 프리미엄 170여 개 식품 브랜드 제품과 웰빙 식재료 브랜드 등 다채로운 구성을 갖췄다. 여기에 서울의 이름난 맛집이 집합했다. 마켓 안에 마련된 총 23개의 외식 매장은 감촌 순두부, 속초 코다리 냉면 등 익숙한 한식에서부터 스시마츠모토(초밥), 카페마마스(샌드위치), 디부자(피자), 비스테까(스테이크), 바토스(멕시칸),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버거) 등으로 스타 셰프들의 음식점이 한곳에 모인, 그야말로 맛집 ‘종결지’다.

고메이 494, 갤러리아명품관의 심장

총 영업 면적 3227㎡(978평) 중 식음 공간이 전체 면적의 57% 즉, 총 1841㎡(557평)로 고객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좌석만 300석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받은 번호표는 위치 추적 서비스가 내장돼 있는 것으로 직원들이 주문한 음식을 알아서 가져다준다.

갤러리아 F&B실장인 송환기 상무는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맛집을 고메이 494에서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과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 등이 이전까지의 백화점 식품관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의 귀재’로 알려진 박 대표 때문일까. 매장 곳곳에서 재미난 요소들이 시선을 끈다. 직원은 고객이 구매한 농산물을 세척해 손질해 주고 고구마·감자 등은 즉석에서 굽거나 쪄서 판매하는 ‘컷앤드베이크(Cut & Bake)’ 서비스를 하고 있다. 처음 접하는 낯선 풍경이다.

“싱글족·핵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갤러리아 식품관의 베스트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 또한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바로 앞의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전복 전문점에서는 전복을 활용한 찜·탕·회 등 다양한 테이크아웃 메뉴를 선보여 고객이 원하는 식재료와 요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갤러리아는 고메이 494 오픈 전부터 전사적인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식품·명품·전략·마케팅 등 각 분야 50여 명이 참여하는 사장 주재 회의를 매주 월요일에 개최하는 등 ‘신개념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

오픈한 지 4개월이 채 안 된 고메이 494는 2011년 3월에 부임한 박 대표의 첫 결과물이라 안팎에서 관심이 높다. 그는 고메이 494 기획 단계부터 업체 선정, 메뉴 선정, 품질, 진열, 새로운 서비스 개발까지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오픈을 앞두고 마켓에서 열린 행사장에 박 대표가 셰프 복장에 긴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식품관 유니폼 복장으로 손님을 맞았다. 최고의 맛집 구성을 위해 모든 후보 업체에 대해 임직원들과 함께 일일이 시식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발레 파킹과 고객의 위치추적 서빙 등의 세세한 서비스도 그가 내건 승부수 중 하나다.

박 대표는 “15년 이상 같은 콘셉트를 유지해 온 식품관의 정형을 바꿔 신개념 공간을 제안한다”며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푸드 부티크를 지향하면서 감각 있고 맛깔 나는 공간으로 만든 만큼 매출도 3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 고객 의견이 최우선

현대백화점은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매달 ‘트렌드리포터’ 회의를 개최한다. “압구정동 등 핵심 상권의 고객들이 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췄고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다양한 음식을 접해 맛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에 고객 의견에 귀를 연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8월 압구정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을 고치며 치즈 전문점 ‘라 프로라제리’를 새로 연 것도 이런 의견 때문이었다. 치즈를 기존 250종에서 370여 가지로 늘렸다. 대부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식품 종류로 ‘프레시(항공직송상품)’, ‘AOP(원산지 명칭 인증)’, ‘스페셜(국제 시상식에서 수상한 제품 등)’로 나눠 제품 겉면에 알아볼 수 있도록 붙였다.

월 1회 VVIP 고객 5~6명을 초청해 한우·제철과일·생선·채소 등 생식품 맛 비교 평가도 진행한다. 평가 후 결과는 바이어에게 통보되며 미흡하다면 산지 변경, 신상품 유치 등 즉각 조치한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백화점의 이런 노력은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듯하다. 백화점 유통업에서 34년 잔뼈가 굵은 하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하루 일과의 절반은 백화점을 비롯해 경쟁사 암행에 나선다고 한다. 혼자 곳곳을 살피며 배울 점이 있는지 관찰하고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과감하게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 명동이나 이태원 등 시장조사도 즐겨 한다고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관이 국내 명인 또는 맛집을 발굴해 소개하는 점은 타 백화점과 비슷하다. 지난해 3월 압구정본점에 입점한 르알래스카 베이커리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전통 유럽풍 베이커리다. 프랑스 르코르동블루와 동경제과 출신의 파티시에들이 모여 만든 인기 맛집 중 한 곳이다.

이곳 오픈 당시 입소문이 나 손님이 몰리면서 오후 6시가 되면 모든 제품이 팔리는 현상이 반복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르알래스카 타르트는 30분 만에 매진된다고 해 ‘30분 타르트’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말에는 84년 전통의 세계적 호텔 체인인 더 페닌슐라 호텔의 프리미엄 식품&기프트숍을 론칭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 명품 브랜드 확장

백화점 3사가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가는 또 다른 분야는 패션이다. 불황 속에도 꾸준한 소비를 보여주는 30대 명품족을 잡기 위해 신규 해외 럭셔리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세대들은 비싸더라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 등이 반영된 고급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명품 브랜드 입점 전쟁이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루밍족(자신의 외모의 신경을 쓰는 남자들)을 비롯해 최근 남성들이 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 유통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 온 현대백화점은 강남권 수성을 위해 압구정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 규모를 넓히며 명품 브랜드 매장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압구정본점에 국내 최초로 단독 매장으로 들여온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톰브라운’, ‘쟈닉&볼테르 멘즈’ 등을 입점시켰다. 지난해 10월에는 무역센터점에 ‘루이비통 맨즈 유니버스’를 오픈하면서 남성들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남성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봐 국내 진출을 희망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며 “톰브라운의 주력 상품인 슈트 가격은 350만~500만 원 선임인데, 월평균 2억5000만 원의 매출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의 패션 사업 확장은 유독 돋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패션 업체 한섬을 인수한 시너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인수 당시 하 사장은 “한섬 인수를 계기로 현대는 빅3 백화점과의 경쟁 구도에서 소프트웨어를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두 회사는 서로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공유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쌓아 온 해외 패션 브랜드 개발 및 노하우와 백화점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역시 리뉴얼을 통해 파리·뉴욕·런던 등에서 최근 유행하는 명품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매장의 상품과 규모를 확대했다. 명품급 해외 의류 편집매장인 트리니티는 30대 고객을 겨냥해 보다 젊고 감각적인 상품을 다양화했다.

또 분더샵에는 뮈글러·알투자라 등 30여 개 신규 브랜드를 들여오면서 매장을 기존 180㎡에서 230㎡로 늘렸다.

남성 시계에 대한 관심도 크다. 신세계 강남점은 고객 수요를 반영해 지난해 12월 남성 명품 시계 존을 대폭 확대했다. IWC, 바쉐론 콘스탄틴 등 지난해 하반기에만 5개 브랜드가 새로 입점했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명품 브랜드 시계들이 30~4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많이 팔리면서 신세계백화점은 불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매달 20~30%씩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명품 시계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갤러리아는 브랜드 확장보다는 2009년 문을 연 하이주얼리&워치 매장에서 다양한 명품 시계 전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명품관 EAST 지하1층 하이주얼리&워치 매장에서 ‘마스터피스존’을 오픈했다. 마스터피스존은 업계 최초로 하이주얼리&워치 매장에 입점된 브랜드들이 자사 최고의 상품을 연중 상시 전시하는 공간이다.

갤러리아는 하이주얼리&워치 매장을 명품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히스토리가 있는 상품 전시 공간으로 운영함으로써 시계 매장의 독보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2년 역시 전년 대비 31%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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