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커피 프랜차이즈 끝물인가 |
| 글쓴이 |
심민보 |
성장성 살아 있지만 수익성 갈수록 떨어져
‘1억원에 200만~300만원.’
커피전문점 창업 시 흔히 제시되는 기준 순익이다. 즉, 1억원을 투자하면 월 200만~300만원의 순이익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연간 최소 20%의 수익률을 낸다는 소리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돈 벌기도 힘들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 생길 만큼 점포 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커피전문점들의 출점 경쟁은 식을 줄 모른다. 아니, 전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매장이 늘어나는 중이다. 업체들은 “아직 성장 여지가 크다”고 말하고 창업자들은 “끝물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커피전문점 늘면서 원두 수입량 급증
국내 커피시장은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은 커피믹스로 불리는 인스턴트커피다. 시장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 그 다음이 커피전문점시장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나머지는 원두커피완제품(2000억원)과 기계·원부자재시장인 것으로 조사된다.
국내 커피시장이 앞으로도 성장 여지가 높다고 주장하는 쪽 얘길 들어보면 “국내 커피시장은 인스턴트커피에 치중돼 있고 원두커피 소비량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근거를 내세운다.
이 말은 맞다. 현재 국내 인스턴트커피와 원두커피의 소비량은 7 대 3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스턴트커피는 주로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로부스타종(種) 생두(green bean, 잠깐용어 참조)를 수입해 만드는데, 지난해 수입량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두 수입량은 9만6928톤으로 2008년 9만7820톤보다 9.1% 정도 줄었다. 반면 볶은 상태로 수입되는 원두(roasted bean)는 같은 기간 3081톤에서 3534톤으로 14.7% 늘었다. 주로 생두는 국내 커피믹스회사로 가서 가공과정을 거쳐 인스턴트커피로 만들어지고, 원두는 커피전문점들이 공급받는다.
오현진 관세청 무역통계센터 사무관은 “아직 생두가 전체 수입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원두 수입물량이 크게 늘면서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35%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유는 커피전문점 창업이 늘면서 원두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원두뿐 아니라 고급 생두 수입도 늘었다. 관세청은 브라질, 콜롬비아 등 프리미엄 커피 생두 수입도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히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도 늘었다. 관세청에서는 한 해 수입된 커피양(11만톤)을 기준으로 한국 성인이 연간 소비하는 커피를 약 288잔으로 추정했다. 3일에 2잔 꼴로 커피를 마시는 셈인데, 실제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이보다 더 자주 커피를 먹는다. 현재 커피 소비층 중 70%가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는데 앞으로 이들이 원두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 국내 커피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선진국처럼 원두커피 대 인스턴트커피 소비량이 7 대 3으로 역전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전국에 30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성업
이처럼 커피시장 자체가 커지는 만큼 커피전문점들의 동반 성장도 예상된다. 점포 수 기준으로 업계 1위는 토종 브랜드인 카페베네다. 최근 400호점을 돌파해 11월 말 현재 415개다.
그 다음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인 이디야(EDIYA)로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400호점을 돌파했다. 월간 커피 11월호 자료에 따르면 이디야(405개), 스타벅스(351개), 엔제리너스(327개), 할리스커피(258개), 커피빈(203개), 탐앤탐스(172개) 순으로 매장이 많다. 커피전문점은 아니지만 커피를 주요 메뉴로 판매하는 던킨도너츠(846개), 카페띠아모(307개) 등의 프랜차이즈까지 포함하면 국내 상위 10개 커피전문점들의 점포 수만 2000개가 넘는다. 중소형 커피 브랜드까지 합치면 전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수는 30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 기준으로는 직영점 운영체제인 스타벅스가 1위다. 지난해 두 자리대 성장을 이어가면서 20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엔젤리너스도 지난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면서 8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223억원 매출을 기록한 카페베네는 올해 350% 이상 성장한 1000억원 매출을 기대한다. 이들의 점포 경쟁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카페베네는 내년엔 700호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상위권 업체들도 선두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치열한 출점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훈 카페베네 사장은 “현재 서울과 지방 점포 수 비중은 각각 50% 정도인데, 앞으로 지방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동남아시아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강 사장은 “커피전문점 포화는 5년 전부터 얘기됐다. 커피 소비층이 한정됐다면 포화가 맞지만,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도 같이 늘고 있다. 특히 2~3년 전 지방에 매장을 열면 부지기수로 장사가 안 됐는데, 요즘은 지방이 더 잘 돼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업해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커피시장의 고공 성장이 예상된다고 해도 커피전문점이 잘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증가한다고 해도 내 가게 아닌 다른 가게에서 두 번 세 번 먹으면 소용없다. 창업자들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흔히 100㎡(33평) 가게를 내는데, 돈은 임차비를 포함해 적어도 3억~4억원이 족히 든다. 보증금, 권리금은 별도고 커피 브랜드와 상권에 따라 편차가 난다.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일 경우 권리금만 ‘억’ 단위로 들어간다. 다른 창업보다 초기 투자비가 높다. 그래도 연 20% 수익률이 나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러기 위해선 흔히 말하는 ‘테이블 회전 수’가 잘 나와야 한다. 커피전문점은 기본 3회전 이상은 나와야 20%의 수익률이 보장된다. 그 이하로 나오면 “차라리 연금이나 월급 받고 일하는 게 낫다”고 창업자들은 말한다. 이 숫자가 나오긴 위해선 일단, 커피 수요층이 두꺼워야 한다. 특히 직장인이 밀집된 오피스 상가를 끼는 것이 유리하다. 잘되는 커피전문점의 하루 매출의 절반 이상은 직장인들의 ‘식후 땡 커피’ 값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 웬만한 곳은 이미 자리가 찼다. 남은 건 이면도로나 주택가 등인데, 이런 곳에선 테이크아웃이 아닌 매장형 커피전문점으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요즘엔 기존 커피전문점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고 출점하기도 한다. 일례로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맞은편 24층 주상복합 건물 1층엔 카페베네, 스타벅스, 세븐몽키스커피 등 세 개의 커피전문점들이 나란히 영업을 한다. 과다 경쟁에 따른 매출 감소가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런 ‘한 지붕 세 가족 형태’의 커피전문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가맹점주끼리 싸우는 일도 빈번하다.
이지훈 가맹거래사는 “아무리 잘나가는 커피 프랜차이즈라도 상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해소하는 제3의 공간으로 발전
일각에선 커피전문점 증가를 수요공급의 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의 롤린스대 크라머 경영대학원의 앨런 쿠페츠 교수는 ‘한국 커피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커피전문점은 집과 직장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와이파이 등 인터넷 접속 환경도 좋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충무로에 카페베네를 오픈한 이지홍 사장은 “요즘 매장에서 학교 과제뿐 아니라 노트북을 가져와 영화를 보는 젊은 고객이 많다. 혼자 혹은 연인끼리 와서 커피를 시켜놓고 몇 시간씩 데이트를 즐기거나 자기 일에 몰두한다. 일종의 휴식공간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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